“죽음학은 다른 말로 하면 생명학”

 이범수 동국대 교수, 한국상장례문화학회장 맡아 연구·교육 분야서 고군분투
죽음학은 다른 말로 하면 생명학연구 필요성 높아

상조·장례업계, 직업윤리 강화하고 수익성 높여야
상조·장례업계를 위한 젊은 인재들 적극 육성 시급해
업계 종사자들, 죽음학』『노인죽음학개론』『비교의 시선으로 바라본 종교의 세계는 꼭 읽어봤으면
 

이범수 동국대 생사문화산업학과 교수가 25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상조장례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범수 동국대 생사문화산업학과 교수는 한국상장례학회장이다. 2년 전에 학회를 만들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국상장례학회는 상조·장례 분야의 이슈를 연구하고, 담론을 이끌어가고 있다. '유족심리'를 전공한 이 교수는 어르신들 대상으로 상담 자원봉사를 하며 사람들을 다독이고 있다.

이 교수는 윤리성 강화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강화해 상조·장례 분야가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상조·장례 분야 종사자들의 따뜻한 한마디가 유족들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웰빙을 넘어 웰다잉을 공부하고 전파하는 것이 사람들을 살리는 일이라고도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죽음학()', 즉 사자(死者)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금기시 되는 면이 있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메멘토 모리'라는 격언과 함께 죽음학이 활발히 논해지고 있다. 죽음학의 의의는 무엇일까?(이하 상조장례뉴스)

죽음학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분야다. 그런데 사람들이 꺼려하고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죽음은 삶의 일부다. 마지막 순간을 잘 마무리하면 전체 삶도 잘 산 걸로 간주한다. 그래서 죽음학에 대한 연구가 더더욱 필요하다.

죽음학은 죽기 직전에 공부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우리의 삶의 중간중간에 궤도 수정을 해줄 수 있게 해주는 게 죽음학이다. 그래서 죽음학은 다른 말로 하면 생명학이 된다.“(이하 이범수 교수)

- 매장에서 화장으로 장례문화가 바뀐 것처럼 시대가 변화하면서 장례문화 또한 다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앞으로 장례문화에서 일어날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장례식이 소규모화 되는 건 익히 예측된 바다. 가족장으로 소형화 될 것이다. <상조장례뉴스>를 통해 일본 탐방에 갔을 때 일본도 조문객이 15명 내외라고 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그정도로 소규모화 될 것이다.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갈 것이다. 하나는 고인과 사별하는 과정을 좀 더 친밀하게 나누는 경우와 아예 소규모화 되면서 죽은 사람이 무시되는 경우로 나뉠 것이다. 가족 간의 갈등이 있거나 해체가 된 상황에서는 죽은 사람의 존재가 너무도 쉽게 잊힐 수 있다.

- 고인을 대하는 자세가 극단으로 나뉘는 것인가.

맞다. 부작용을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생명만큼 중요한 존재가 없다. 상조·장례가 중요한 것은 이 분야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장례식이 소규모화 되면서 죽음을 가볍게 여기게 되면 결국 생명을 가볍게 여기게 되는 거다. 인간 존재의 존엄성이 많이 저하되는 것이다.

- 인간의 존엄성이 저하되는 현상을 예방해야 할 것인데 어떻게 예방해야 하나.

핵심은 결코 놓치지 말고 담아가면서 진행되야 한다. 이런 개념에 대한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장례를 치르다보면 인간에 대한 가치를 생산성으로만 재단하게 된다. 저 사람이 돈이 얼마나 많나, 가치가 얼마나 되나를 따지게 된다. 하지만 그런 것은 외부의 지표일 뿐이고, 내부에는 누구나 생명성이 있으니 그것이 보호되어야 한다. 상조·장례 분야에서는 그런 생명성을 마무리 지어주는 것이다. 마지막에 그것을 존중해주면 그 사람의 삶 자체를 인정해주는 행위가 된다.”

- 현재 상조·장례업계의 현안 중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하는 문제를 상조·장례업계에서 각각 하나씩 꼽아준다면.

직업 윤리가 강화되어야 한다. 인간 존중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가 상조·장례업계에 강화되어야 한다. 시신에 대한 절차를 마무리 짓는 분야는 결국 상조·장례업이다. 그래서 잘못 서비스하면 유족들이 깊은 상처를 받게 된다. 윤리성을 잘 지켜서 서비스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윤리성을 강화하는 것과 지금보다 나은 경제적인 보상을 얻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윤리성을 강화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서 더 큰 경제적 보상을 받으면 된다.”

- 윤리성 강화와 더 큰 경제적 보상을 동시에 이뤄내는 건 참 어려운 문제다.

파이를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서비스를 다양화 하고, 연구를 자꾸 해야한다. 저는 학계니까 이쪽 분야에 인재를 충원해야 한다. 단순히 예의만 연구하는 분야만 있는 게 아니고, 심리적인 것, 디자인, 음식 등 많은 분야가 있다. 옛날에 NCS(국가직무능력표준)에서 나눈 게 장례지도, 장례지원 이렇게 나눴다. 앞으로 장례지원 쪽은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해서 발전시킬 수 있다. 상조·장례 분야에서 필요한 인재도 공동으로 키워야 한다. 인재풀이 너무 부족하다.”

이범수 교수는 한국상장례문화학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5본지와 인터뷰하는 이범수 교수.

- 이범수 교수님은 한국상장례문화학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학회 설립 취지와 활동 내용에 대해 소개해달라

“장례학이 사회복지학에 비해 역사가 짧다. 1999년부터 학교에 과가 설립되기 시작했으니 20년 됐다. 저도 2000년부터 이쪽 분야에 몸을 담기 시작해서 보니까, 이쪽 분야가 사회적으로 정말 중요한 분야다. 그런데 공부하는 사람들이 너무 적다. 철학, 심리학, 종교학, 사회학적 측면에서도 중요한데….”

- 그렇게 너무 많은 분야를 공부해야 해서 부담이 되니까 공부하는 사람이 적은 것일까.

“그런 측면도 있고, 상조·장례분야에 대한 왜곡된 인식 때문에 이쪽으로 선뜻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대개 학교들도 전문학사들 위주로 양성이 돼서, 그 분들이 연구자나 교육자로 들어오는 경우가 적다. 연구자들이 모여서 연구하는 학회도 전무했다. 그래서 5~6년 전부터 제가 ‘학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가 을지대에서 강의를 해보니 가정환경이 유복한 분들보다는 어려운 분들이 많았다. 그런 분들이 대학원에 들어오고 교육자가 되기에는 환경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업계를 통해서 연구를 하기에는 어려웠기 때문에 학회를 통해서 연구도 집약하고 해서 그쪽 분야는 학회가 직접적으로 부양 시키는 역할을 하려고 했다.

교수협의회가 모일 때마다 각 대학 교수들을 모아서 학회를 만들자고 했는데 ‘당신이 제안 했으니 당신이 해라’는 얘기를 듣고 회장이 됐다. 회장을 맡은 후 의원 입법으로 장례지도사 교육이 시작됐다. 보건복지부에서 교육을 학회에서 맡아달라고 했다. 원래는 장례협회에서 하려고 했는데 전문 교육자가 없어서 학회에서 하게 된 것이다. 장례식장 영업자와 종사자 교육을 시작했고, 워크샵도 시작했다.”

- 종사자 교육을 하는 것이 원래 학회 취지와 맞는 것 같지는 않다.

“대부분의 분야는 학회가 교육 하는 게 아니라 협회가 교육한다. 원래 학회의 취지는 ‘교육 연구’에 방점을 둔 것이다. 장례지도사협회가 빨리 전국화 되면 협회에서 교육을 주관하고, 학회는 학교 교육과 연구를 하면 된다. 학회는 장례지도사협회가 교육을 할 때 강사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되는 게 이상적이다. 학회는 학술연구가 중점이 되어야 한다. 우리쪽 분야가 발전되려면 학회가 잘 뭉쳐서 정부에서 나오는 큰 프로젝트를 따거나 제안해서 그 결과물을 우리 업계에 나눠줄 수 있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 화장장이나 장례식장이 여전히 ‘혐오시설’이라는 편견에 울고 있다. 최근 모 지자체에서는 반려동물 화장장 설립을 놓고, 설립허가에 문제가 없다는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났음에도 허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주민들의 반대와 주민들의 눈치만 보는 주무관청 등이 보이는 님비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장례업계는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우리나라 사람들 특징이 매우 감정적이다. 그래서 학회가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게 연구를 자꾸 해야 한다.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장례시설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 왜 사람들이 그렇게 격렬하게 반응을 보이는지 연구를 해야한다.

어디에 장사시설이 들어설 계획이 있다고 하면, 그 주변부터 자연장 캠페인, 웰다잉 캠페인을 하는 게 중요하다. 사전 교육을 1차, 2차로 하고 그 후에 천천히 끌고 나가면 반발을 완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제가 각 지역의 묘지를 ‘웰다잉을 위한 전진기지로 쓰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용인공원묘지 같은 재단법인에서 문화 사업을 해서 안전 교육, 죽음 교육, 생명 교육을 같이 하면 된다. 묘지도 보고, 사람이 죽으면 이렇게 되는구나 보면 된다. 단순하게 ‘여기 화장장이 없으니 세워야 합니다’ 이런 방식은 안 통한다. 천천히 해야 한다.”

- 교수님은 유족심리를 전공하셨는데 왜 유족심리를 다독이는 것이 중요한 것인가?

“우리가 누군가와 헤어지게 되면 관계가 끊어지게 되면 상처를 주게 된다. 사별로 인한 헤어짐은 다시 만날 수가 없기 때문에 더 상처가 크다. 죽은 사람은 땅속에 묻히거나 화장해서 재가 됐지만 살아있는 실체가 아니라 우리 머리 속에 남아있게 된다. 유족심리에서 죽은 사람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고, 사이즈를 줄일 수는 있다. 사이즈를 줄이지 못하고 큰 상태로 남아있으면 그 사람이 또 한 사람을 안고 일생을 살아야 한다. 현실 생활을 전념하지 못하게 만드는 큰 요인이 된다.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저도 대학 때 알았는데 제가 우울증에 걸려있었다. 제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찾았다. 돌아가신 후 아버지를 매장하고 그걸 눈으로 봤는데도 그랬다. 애착관계가 정리 안 되고, 그분이 나를 떠나갔지만 그분을 떠나보낸 나에 대한 부족감도 계속 느꼈고, 나에 대한 화가 생겼다. 속에서 분노가 일어나니 우울해졌다. 그게 제 일생의 방향을 바꿔놨다. 만약 아버님이 그렇게 돌아가시지 않았으면 다른 길을 갔을 것이다. 오히려 그런 일이 있어서 제가 더 값진 이 길로 들어섰다고 볼 수 있지만. 애도 심리를 연구한다는 것은 사람의 생명을 되살리고 회복시키는 중요한 것이구나 생각했다. 장례종사자 교육을 가면 점점 사회가 안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그 빈 곳을 매우는 것은 여러분이다, 라고 얘기한다. 장례식장, 봉안당에서 일하는 분들이 유족들에게 좋은 말 한마디만 해줘도 큰 도움이 된다.“

- 교수님은 개인적으로 서울노인종합복지센터, 종로노인복지센터 등지에서 자원봉사 상담을 하고 계신다. 자원봉사를 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장례식장에서는 정신이 없어서 상담이 안 되니까 복지관에서는 사별한 노인들이 많이 계셔서 상담을 하게 됐다.

제가 기억에 남는 분은 3개월 만에 복지관에 오셨는데 자기 남편이 건물 확장 때문에 구청과 다툼을 하다가 지병으로 사망했다. 복지관에 오신 그 분을 주말마다 1년 동안 상담을 했다. 상담을 하시면서 많이 편안해지시고 일상으로 돌아가셨다. 상담해드린 분들이 나아져서 컴퓨터도 배우고 삶의 의지를 이어가는 걸 보면 보람이 있다. 우리 업계는 죽음을 그냥 다루는 업계가 아니고, 죽음을 통해 삶을 부여하는 업계다. 우리가 죽음을 통해 되살아나는 것을 현장에서 해야 한다.”

- 웰빙을 넘어 웰다잉을 고민하는 시대다.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우리가 ‘웰다잉’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웰다잉은 의미가 있다. 불안하거나 두려움에 떨지 않아야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될 수 있다. 웰다잉 교육하면 가장 중요한 게 ‘의사소통’이다. 어르신들이 외롭고 고독해지는 게 의사소통이 안 되기 때문이다.”

- 웰다잉은 고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일수도 있겠다.

“그렇다. 웰다잉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철학, 종교, 죽음 다 들어가 있으니까 연결이 안 될 수 없다. 그러니까 정말로 현자(賢者)들이 하는 공부가 이것이다. 웰다잉 교육은 웰빙하고 차원이 다르다.”
 

왼쪽부터 『죽음학』,『노인죽음학개론』,『비교의 시선으로 바라본 종교의 세계』 이범수 교수는 “이 세 권은 상조·장례업계 종사자들이 반드시 읽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 상조·장례업계 종사자들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을 서너권 추천해달라.

“대만인 임기운이 쓴 『죽음학』을 추천한다. 이 책은 제가 교재로 쓰기도 한다. 서혜경 선생이 쓴 『노인죽음학개론』, 윌리엄 페이든의 『비교의 시선으로 바라본 종교의 세계』를 추천한다. 이 세 권의 책은 꼭 읽어봤으면 한다.”

- 상조·장례업계에 뛰어들려고 하는 젊은이들에게 당부하고픈 말씀이 있다면.

“이 분야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거둬야 한다. 상조·장례 분야에서 염습을 하는데 이것이 단순히 시체를 닦는 것이 아니다. 불교에서는 부정관(不淨觀) 수행이라고 해서 굉장히 중시 여긴다. 시신을 닦고, 옷을 가려 입히고 염습하는 것은 시신을 보며 저절로 우리의 삶이 무상하다는 것을 깨쳐가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공부는 우리의 깨달음을 얻는 중요한 공부다. 시신에 대해 무상함을 깨닫고, 영혼도 무상함을 깨닫고, 모실 때도 경건하게 모시고, 종교인처럼 경건하게 모시면 우리도 경건한 사람이 된다. 미리 죽음을 경험하는 것이니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저는 이 분야로 오는 사람들은 독특하고, 인연이 있고, 영혼이 깊은 사람들이 온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일생에 복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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