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에 따라 장례식 규모도 양극화
대기업 A회장의 모친이 세상을 떠났을 때 일이다. A회장은 경영하는 회사의 체육관에 빈소를 차렸다.
국화 수만 송이로 제단을 차리고, 엠바밍(방부처리)한 모친의 시신을 조문객들에게 공개했다. 빈소에는 국방부 장관이 보낸 근조화환이 놓였다. 체육관 정면에 위치한 스크린에는 고인의 사진과 영상이 끊임없이 재생됐다.
A회장의 회사 직원들뿐만 아니라 각계 각층의 조문객들이 조문해 A회장 모친의 명복을 빌었다. 떠들썩했던 장례식은 숱한 후일담을 만들었다.
반면 B씨의 사정은 달랐다. B씨는 무연고자로 세상을 떠났다. 숨진지 한참 지나 시신이 발견됐다. 지자체는 B씨의 친인척을 수소문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B씨 주변의 지인들이 나서 B씨의 빈소를 지켰다. 서너명이 지켜본 단출한 하루짜리 장례식이었다.
한국의 장례문화가 3일장(葬)으로 굳어졌다지만, 장례식도 재력과 사회적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르다.
사회 저명인사나 대기업 가문에서 장례식을 치를 경우 5일장을 치르기도 한다. 장례비용만 수억 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반면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경우 직장(直葬)이나 가족장(家族葬)과 같이 단출한 장례식을 치르기도 한다. 고인의 유지로 작은 장례식이 진행되기도 한다.
화려한 장례식과 단출한 장례식, 어느 쪽도 정답은 아니다. 다만 우리의 삶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해답만 있을 뿐이다.
화려한 장례식과 단출한 장례식 모두 해답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장례식을 통해 고인을 어떻게 추모할 수 있느냐다. 장례식은 죽은 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산 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장례식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각자 분수에 맞게 진행하되 고인을 제대로 추모할 수 있다면 그 장례식은 성공적으로 치러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