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센터서 장례문화 진단과 발전방안에 대한 토론 열려

이범수 상장례문화학회장, 이철영 을지대 교수 발제
장례업계 관계자 및 시민 200여명 토론회에 모여

2017 서울 생사문화주간이 25일 시작됐다. 첫날 일정으로 2020 화장률 90%와 나홀로 가구시대를 맞이하여 '장례문화 진단과 발전방안'에 대한 시민 토론회가 이날 오후 서울 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장례분야 인사들을 포함 약 200여명이 국제회의장을 꽉 채운 상태에서 시작됐다.

1부 토론은 신산철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이사의 사회로 시작됐다.

▲이범수 한국상장례문화학회장(왼쪽)이 25일 서울 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한국사회 변화와 상장(喪葬) 의례의 계승 및 발전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이범수 한국상장례문화학회장(동국대 불교대학원 교수)은 '한국사회 변화와 상장(喪葬) 의례의 계승 및 발전 방향'에 대해서 발표했다.

이 회장은 "상장례 의례는 인간의 마지막을 마무리 하는 행위"라면서 "장례기간이 짧아지면 유족 애도과정이 부족해져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의례(儀禮) 시간은 평범한 삶의 순간을 성화(聖化) 시켜주고, 낡은 지위가 죽고 새로운 지위를 준비하고 재통합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회장은 "과학의 발달로 생(生)에 대한 경외감 줄어들었지만 이런 시대일수록 상장례의 기본에 충실한 것은 유족이 상장례를 통해 애도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들이 이범수 상장례학회장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이 회장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양무석 대전보건대 장례지도과 교수(前 전국장례지도학과교수 협의회장)은 이 회장의 발제에 대해 "논문의 문장을 다듬어야 하고, 너무 경제발전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면서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 발제자는 이철영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로, '장사시설별 품위 있는 의례 모델'을 주제로 발제했다.

이 교수는 "우리가 제사를 지낼 때 마치 귀신이 있는 것처럼 물신화(物神化) 하는데 유교문헌 어디에도 그런 말은 없다"면서 "우리의 생사관(生死觀)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화장률이 80%라고 해서 장례문화가 선진국 수준이냐 따져보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유교식 매장문화가 현대식 화장문화로 이어진 게 아니다"라면서 "예컨대 취토는 1970년대 이후 백과사전에서만 등장할 뿐 1970대 이전 백과사전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통과 현대 사이에 단절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날 시민토론회에는 200여명의 시민이 모여 토론회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어서 토론에 나선 이남우 동국대 행정학 박사는 "(이철영 교수가) 본 연구를 토대로 산업현장에서 발생되는 문제점과 관련업 종사자 및 대중의 의견을 포함하는 종합적 논의를 통해 제기된 다양한 문제점을 극복하는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부 토론은 장만석(대전보건대,상조장례뉴스 고문)교수의 사회로 시작됐다. 장만석 교수는 "제 소개를 왜 '상조장례뉴스 고문'으로 하는지 의아해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면서 "토론자가 특정대학 인사로 쏠려있다는 비판이 나와 그러는 것이니 양해 바란다"고 말했다.

토론 2부는 1부와는 색다르게 장례 분야 전문가들이 아닌 비전문가들이 발제에 나섰다.

3번째 토론 발제자로 나선 서해성 3.1운동 100주년 서울시 기념사업 총감독은 '한국 상장례문화의 식민성 극복을 향한 도전적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서 감독은 "한국의 장례는 일제 강점기와 박정희 정권 등을 거치면서 타살됐다"면서 "조선시대 소송의 절반이 산송(山訟)일 정도로 장례 문제는 우리에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산송이란 조선시대에 묘자리를 두고 벌였던 소송을 말한다.

서 감독은 "『세종실록』에 상장례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 나와있다"면서 "'지금 돌아보고 있다'는 표현은 아주 절묘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베수의는 전통 장례의상이 아니고 죄인이 많이 입는 옷"이라면서 "3.1운동 100주년 때는 식민지적 요소를 척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서 감독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김미혜 서라벌대 장례서비스경영과 교수는 "발표를 재밌게 들었다"면서도 "논지 전개 방식에 기존 논문의 형식적 틀을 준용하고 체계적으로 제시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마지막 토론은 서울시 공공조경가인 정주현 경관제작소 외연 대표가 나섰다.

정 대표는 "앞서 토론자들이 과거 사례만 얘기해서 지루했다"면서 "의례 이후 장소에 대한 얘기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한자 써가면서 말해도 신세대는 그에 대해 전혀 모르고 관심도 없다"면서 "1인 가구가 25%인데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장만석 대전보건대 교수가 시민토론회 2부를 진행하고 있다.

정 대표는 "장례는 여전히 존중되고 그 가치가 유지될 것이지만 장지는 그 의미가 급격히 퇴색되고 퇴조할 것"이라면서 "용어의 의미적 구분과 다양성에 대한 인식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현행 수목장은 자기 나무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비용이 높다는 것이 문제이며 장지 전체가 좀 더 공원화 되고 정원화 되어야 한다"면서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 잘 만들고 유지하고 있지만 늘 텅 비어있고 한산하고 조용한 세종시 은하수공원이 언제쯤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토론에 나선 김철재 대전보건대 장례지도과 교수는 "세종시 은하수공원에서는 유족들이 잔디밭에서 어색하게 절을 하는데 이것은 (절을 할 곳이 있는) 매장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외국 묘지 사진 보면 장미 묘지도 있고 예쁘지만 우리나라와 기후나 환경이 다르다"면서 "우리나라 장미 묘지는 벌레가 먹어서 엉망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지의 하드웨어적인 요소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서울생사문화주간 시민토론회를 지켜본 참석자 B(A대학 장례학과 교수)교수는 이번 행사 참여교수들의 준비부족과 인식부족으로 자신들이 오랫동안 써 먹었던 논문을 인용하는 구태를 보였다고 혹평했다.

동시에 이번 시민토론 행사의 주제인 2020 화장률 90%와 나홀로 가구시대를 맞이하여 '장례문화 진단과 발전방안'과도 거리가 먼 '수준이하의 토론회였다'고 말했다.

서울생사문화주간은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다음달 1일까지 계속 이어진다.

한편 서울생사문화주간은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시설공단(이사장 이지윤)과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사장 이종윤)이 주관한다.

<상조장례뉴스 김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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